2023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17,619만톤이다. 한 해 동안 발생한 폐기물을 대한민국 땅 위에 골고루 펼치면, 1평 남짓한 면적에 5.8kg이 달하는 양의 폐기물이 쌓이는 양이다. 감히 가늠하기도 힘든 양의 폐기물이 매년 발생되고 처리되고 있다.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만들고 버린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일련의 '버려진' 것들을 쓰레기봉투로 포장하고, 그것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쓰레기라 부른다.
그러나, 우린 과연 쓰레기가 무엇인지 정말로 알고 있는가? 쓰레기의 정의(定義)를 알고 있는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것들이 무엇인지, 얼마나 있는지 알고 있는가?
공적인 절차 속에서는 폐기물(廢棄物)이라 불리는 쓰레기.
이들은 우리 생각보다도 복잡하고, 거대하고, 어려운 사물이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1987년부터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폐기물 관리법은 폐기물을
크게 사업장폐기물과 생활폐기물로 나누고 있다.
사업장폐기물은 유해한 화학 물질과 같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는 지정폐기물,
건축 및 토목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 그리고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이루어져 있다.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또다시 공장에서 제조 공정 중 만들어지는 슬러지, 오니, 폐광재류 따위를 가리키는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과
회사나 대학과 같이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곳에서 버려지는 생활쓰레기인 사업장비배출시설계폐기물로 나뉜다.
사업장비배출시설계폐기물은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버리는 가정 생활폐기물과 함께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사업장폐기물은 각 사업장이 직접 쓰레기 처리 매뉴얼을 강구해야 하는 반면,
생활폐기물은 지자체가 각 가정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업무를 도맡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분리배출에 열심인 생활계 폐기물은 전체의 12% 가량으로, 연간 생산되는 쓰레기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매년 만들어지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건축 폐기물을 포함한 사업장 폐기물인 것이다. 이 많은 쓰레기들은 버려진 뒤 어디로 가는가? 우리의 삶 속에서 쓰고 버린 일회용품, 휴지, 포장재 등 익숙한 생활폐기물과는 달리 사업장폐기물은 발생과 처리 모두가 일상과 먼 곳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 낯선 존재인 사업장폐기물은 전체 폐기물의 89%에 달하는 거대한 폐기물 생태를 이루고 있다. 사업장폐기물을 구성하는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 사업장배출 시설계폐기물은 우리가 모르는 채 만들어지고 처리되고 있었다.
건설폐기물은 건축 및 토목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다. 주로 폐콘크리트, 폐아스팔트, 폐벽돌 등의 건설폐재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건설폐기물은 앞서 살펴본 처리 비율을 보았을 때 90% 이상이 재활용된다. 대부분의 건설폐재류는 다시 건설 자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건축물을 허물어 생긴 폐기물이 새로운 건축물로 재탄생된다.
지정폐기물은 환경 혹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폐기물을 따로 지정하여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분류로, 의료폐기물과 유해한 화학물질 등을 포함한다. 이들은 반드시 정해진 방법으로 소각되거나 고체 형태로 처리되어서 감염원이 될 수 있는 물질을 제거하거나 유해한 화학물질이 새어나오지 않게 막도록 관리되고 있다.
마지막 한 가지,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은 분류 체계를 통해서도, 정의를 통해서도 쉽사리 와닿지 않는다.
흔히 산업폐기물이라고도 불리는 이 폐기물은 전체 폐기물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47%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이다.
마우스를 올리면 재활용률이 나타납니다.
전체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 가지는 순서대로 광재류, 오니류, 연소잔재물이다. 이 세가지만 합쳐도 전체의 반을 넘어선다. 금속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재 덩어리인 광재류, 하수처리 과정이나 각종 유기/무기물 공정에서 나오는 오수를 가라앉힌 진흙인 오니, 원료나 폐기물을 태우고 남은 재인 연소잔재물은 모두 폐기물임을 모른다면 돌과 흙으로 보이는 것들이다. 실제로 이 폐기물들은 보이는 것과 같이 돌과 흙으로 재활용된다. 광재류는 시멘트, 유기성 오니류는 복토재나 지렁이 밥, 연소잔재물은 바닥재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들은 건물을 허물 때 다시 건설폐기물이 되기도 하고, 다시 농업하수가 되어 오니가 되기도 한다. 어떤 폐기물들은 또 다른 공정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광재류 중 금속 함량이 높은 것들은 다시 한번 금속을 뽑아내는데 활용되고, 폐합성수지류와 같은 여러 사업장폐기물은 고체연료(SRF)가 되어 연소 연료로 사용된다. 쓸모를 다하고 버려지는 생활폐기물과 달리, 복잡한 공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다시 또 다른 공정 안으로 들어가는 사업장폐기물은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